칵테일파티를 읽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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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유현빈 | 작성일 | 2020.06.26 | ||
조회수 | 421 | 첨부파일 | 칵테일파티.hwp | ||
‘칵테일파티’를 읽고 두 번째로 선택한 작품은 오시로 다쓰히로의 ‘칵테일파티’이다. 작가 오시로 다쓰히로는 이 작품으로 오키나와인으로서는 첫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였다. 오키나와 작품을 많이 접해보지 못해 낯설었던 내게 깊은 인상을 준 작품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하고 싶었다. 등장인물은 각각의 국가를 상징하는데 마치 칵테일처럼 미국, 일본, 중국 그리고 오키나와의 관계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가운데 미국의 점령 아래 미국과 일본 그 어느 곳에서 속하지 못한 오키나와의 복잡한 상황을 느낄 수 있다. 소설은 칵테일파티에 참여하여 친선을 도모하는 전장과 딸이 강간을 당한 후의 사건을 그린 후장으로 이루어진다. 소설의 전장이 ‘나’의 1인칭 시점으로 묘사되는 것에 반해 후장은 2인칭 시점 ‘너’를 서술자로 하여 주인공 ‘나’의 인식의 변화를 드러내고 소설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한다. 전장에서 ‘나’는 칵테일파티에 참여하며 미국인과 친선을 도모한다. 주최자 밀러는 미국인으로 주인공과 오가와, 쑨과 함께 중국어 연구 모임을 만들었다. ‘나’는 밀러에게 친밀감을 느낀다. 파티에서 대화가 오고가던 중 미국인 모건의 아들이 사라지고 사람들은 모건의 아들을 찾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쑨은 아들이 사라졌던 날의 과거를 이야기한다. 모건의 아들을 찾아다니는 그들에게 친절한 사람들과 달리 과거에 쑨의 아들을 찾아다녔을 때는 쑨이 살던 마을의 사람들의 대응은 전혀 달랐다. 점령자의 가족인 모건의 아들과 달리 쑨의 아들은 위조한 양민증을 지닌 가족이었다. 결국 모건의 아들은 유괴 당한 것이 아닌 메이드가 실수로 데려간 것이었다. 그들은 안도한다. 주인공이 모건의 아들을 찾아다닐 때 주인공의 딸은 세입자 로버트 할리스에게 강간을 당한다. 그는 주인공 집에 세를 내어 자신의 애인을 지내게 하고 자주 찾아와 머물고 가는 사람이다. 주인공은 친하게 지내던 외국인에게 딸이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것을 믿기 힘들어 한다. 그는 고소를 결심하지만 딸은 강력히 반대한다. 오히려 로버트를 밀어 상해를 입게 했다는 이유로 딸이 미군에 체포된다. 그가 경찰서를 찾아가지만 군 재판은 영어로 진행되고 류큐 정부 재판소는 군요원에 대한 증인 환문의 권한이 없다. 그는 친하다고 생각했던 밀러에게 부탁하지만 밀러는 미국인과 오키나와인이기 때문에 일어난 문제가 아니라며 거절한다. 주인공은 쑨에게 부탁하기 위해 오가와와 함께 그의 집에 찾아간다. 오가와는 비협조적인 쑨을 비겁하다며 나무라고 그 과정에서 쑨은 아들이 사라졌던 그날 자신의 아내도 일본군에게 강간당했음을 밝힌다. 오가와는 일본 본토 출신임에도 사건을 별개로 보자며 주인공을 설득하지만 주인공은 당시 일본군으로 있었기에 자신이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임을 깨닫는다. 주인공은 고소를 윈치 않는 딸을 위해 고소를 포기하고 밀러의 모임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모건의 아들을 데려간 메이드가 고소를 당했다는 말을 듣자 미국과의 불합리한 관계를 깨닫고 고소를 진행한다.
주인공의 인식의 전환을 통해 오키나와의 미군점령 아래 불합리한 상황을 더 효과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은 밀러와 친한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파티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에는 입을 다물기도 했지만 강간 사건을 통해 당시 오키나와가 처한 신 식민지적 상황을 깨닫는다. 밀러가 만들어낸 것은 가식적인 안정이었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사실 소설로서만 생각해보면 승소할 가능성이 없는 불합리한 상황에서 딸의 고소를 진행하는 것은 딸을 힘들게 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제와 다른 얘기가 될지 모르지만 여자로서 딸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인물이 대표하는 오키나와와 미국의 관점으로 생각해보았을 때 불합리한 관계를 인식하고 나아가 아이덴티티를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단순히 일본과 오키나와, 미국과 오키나와의 단순한 대립이 아니라 중국, 미국, 일본 사이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오키나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주인공과 오가와가 쑨을 설득하는 장면에서 오가와는 중국과 오키나와인은 같은 피해자이니 이해해달라고 한다. 그 말을 한 오가와는 심지어 일본 본토 출신이다. 쑨은 오가와와 주인공이 조금 더 실제적인 입장에서 생각해보도록 이끈다. 주인공은 더 이상 자신은 관계없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는 피해자일 뿐이었는데 쑨의 고백으로 가해자임을 인식하였다. 그들이 외면해 온, 마땅히 생각해야 하지만 가해자는 느끼지 못하는 것을 피해자인 중국인이 일깨워준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인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오키나와인은 자신의 잘못을 성찰하고 죄책감을 느끼지만 정작 중국이나 오키나와에 폭력을 행사했던 본토 출신은 진실에 무관심하고 자신은 관계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한국인으로서 오키나와 소설들을 읽으면서 종종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첫 번째 과제로 다루었던 메도루마 슌의 ‘물방울’에서 주인공도 오키나와 출신의 일본군이다. 그는 홀로 살아남아 죄책감을 가지며 살아가지만 소설 속에서 드러난 그는 전쟁의 피해자였고 일본군으로서의 감정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양한 국가와의 관계 속 오키나와인의 특수적인 입장에서 처한 복잡한 상황이 드러난 글을 읽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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