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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과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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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을 읽고
작성자 유현빈 작성일 2020.06.26
조회수 229 첨부파일 물방울.hwp

물방울을 읽고

 

 

 

 

   메도루마 슌은 오키나와의 각종 문제로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작가이다. 현재는 헤노코 미군기지 건설 반대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메도루마 슌 작가에 대해 배우면서 작품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1997년 아쿠다가와상을 수상했다는 물방울에 관심이 갔다. 어떤 내용이기에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을지 궁금했다. 아쿠타가와상 심사위원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준 히노 게이조는 “1945년부터 전후 50여년에 이르도록 피해자라고만 전쟁과 자신을 가장해온 일, 전후의 자기기만을 작가는 되묻고 있다. 그런 주인공의 모든 것, 즉 이기주의와 약함과 어리석음을 작가는 윤리적, 종교적으로가 아닌 오키나와라고 하는 불가사의한 장소의 힘으로 긍정하고 있다. 특별나게 오키나와적이며 현대적인 소설이다라고 호평했다. 사실 전쟁 후 사람들이 가져가야 할 상처는 어디서나 비극적이고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이것을 일본이면서 일본이 아니었던 오키나와의 특수적인 상황에서 메도루마 슌 작가가 어떤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냈을지 궁금했다. 또 오키나와인의 입장에서 느끼는 상처와 죄의식을 알고 싶었다.

 

   낮잠을 자던 도쿠쇼의 다리가 동과처럼 부풀더니 발가락 끝에서 물이 나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내 우시는 도쿠쇼를 낫게 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지만 효과는 없다. 중상을 입은 군복차림의 남자들이 매일밤 나타나 도쿠쇼의 발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먹는다. 사흘째 되던 날 도쿠쇼는 과거의 전우 이시미네를 마주하지만 그는 이시미네에게 어떠한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물을 마신 군인들은 점차 활력을 되찾는다. 도쿠쇼는 매일 밤 일어나는 상황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속죄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한다. 하지만 점차 역겨움을 느낀다. 그는 왜 이런 일을 당해야하는지 한탄하면서도 외면해왔던 진실을 마주하기가 두려워 그 이유를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군인들 중에는 겁에 질린 듯한 젊은 군인도 있었다. 그는 그 군인을 기억한다. 야전병원에서 도쿠쇼는 그의 얼굴에 분뇨를 튀기지만 그는 화도 내지 않고 오히려 그 물을 핥았다. 도쿠쇼는 금방 물을 가져오겠다고 말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도쿠쇼는 자신의 발가락을 빠는 군인을 보며 이제 약속을 지키게 되는 건가 생각하면서도 두려움을 느낀다. 군인들은 모두 방공호에서 애타게 물을 찾던 사람들이었다.

   이시미네를 다시 보았을 때 도쿠쇼는 비로소 그와의 과거를 회상한다. 이시미네는 포탄의 파편을 맞고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다. 이시미네를 끌고 방공호까지 갔지만 그들은 다시 이동해야 했다. 아직 살아있지만 움직일 수 없는 병사들은 남겨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버려진 병사들은 원망과 분노로 절규했다. 도쿠쇼는 결국 이시미네를 남겨두고 도망친다.

도쿠쇼보다 먼저 도착했던 같은 고향의 여학생 미야기 세쓰와 그녀의 일행은 자결했다. 미군포로가 되면 능욕을 당한다는 이유로 일본군은 자결을 종용했다. 도쿠쇼는 사실을 알고 분노했지만 동시에 이시미네의 일을 아는 사람이 더 이상 없다는 것에 내심 안도했다. 그 후로 도쿠쇼는 술과 노름에 빠져 살아왔다. 발가락의 물을 마시던 이시미네는 도쿠쇼에게 갈증이 해소됐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 후로 도쿠쇼의 발가락에서는 더 이상 물이 나오지 않고 물도 효능을 잃는다. 도쿠쇼는 바뀌는 듯 했지만 전과 같은 삶을 이어간다.

 

  “얼마나 그 자리에 앉아 있었을까. 눈앞에서 이동하는 병사들의 모습이 점차 낮게 일그러져갔다. 구부정하게 지팡이를 짚고 가던 사람이 네발로 기어가다가 급기야는 땅바닥에 엎드려서 손발이 잘린 양서류처럼 몸을 좌우로 움직인다. 버림받은 데 대한 원망과 분노, 울음소리가 진흙탕을 기어가는 소리와 뒤섞였다. 급경사에서 미끄러지며 곤두박질쳐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된 병사들의 신음이 도쿠쇼의 귀에 어렴풋이 들려왔다.” (27~28)

 

  “입밖으로 넘친 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순간, 도쿠쇼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수통에 입을 댄 체 게걸스럽게 물을 마셨다. 한숨을 돌리고 나니 수통은 텅 비어있었다. 물의 입자가 유리 가루처럼 콕콕 쑤시며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중략) 도쿠쇼는 미군에게 발각되는 게 두려워, 뛰면서도 수류탄으로 자결한 병사들을 욕했다.”(28~29)

 

   발가락에서 효험있는 물이 나와 과거의 혼령들이 받아 마신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기이하고 독특한 설정이었지만 군인들의 처참한 상태와 생생하게 느껴지는 과거 회상에 읽는 내내 먹먹한 감정을 느꼈다. 또 하나하나 비극적인 과거에 마음이 아팠다. 내가 전쟁을 경험 한 것은 아니지만 도쿠쇼의 원망과 죄책감 등의 복잡한 감정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전쟁 이후 도쿠쇼가 선택한 삶도 이해가 갔다.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이 두려워 쾌락만을 쫓는 것은 도망치기에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파괴한다. 생각을 뒤로 미루는 것일 뿐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동안 오키나와 문학들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모두들 너무 아프기 때문에 잊고 싶어 하고 때로는 모르는 척하지만 결코 잊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면할수록 마음속의 상처는 곪아간다. 이제야 갈증이 해소되었다는 이즈미네의 말은 도쿠쇼가 50여 년 동안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싶다. 하지만 도쿠쇼는 자신의 경험을 우시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다시 술과 노름을 선택한다.

   오키나와에 대해 몰랐다면 다르게 생각했겠지만 오키나와 전투를 알고 방공호에서 죽어간 사람들을 생각하니 그들의 비극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신이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평생의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한다. 전쟁을 주도한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왜 결과는 전쟁에 휩쓸린 사람들이 감당해야하는 것일까. 세월이 흘러 현재는 전쟁을 직접적으로 체험한 사람들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아지게 되었다. 쉽게 떠올리기엔 가슴 아픈 역사이지만 앞으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또 방공호에서 죽어간 사람들, 원치 않게 자결 아닌 자결을 하게 된 사람들, 살아남아 평생을 마음속에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온 사람들을 위해 과거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그렇기에 메도루마 슌 작가의 행보와 작품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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