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 요조, 누구보다 인간적인 남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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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배유진 | 작성일 | 2019.06.25 | ||
조회수 | 316 | 첨부파일 | |||
오바 요조, 누구보다 인간적인 남자 2017102717 배유진 “부끄러움이 많은 생애를 살아왔습니다. 저로서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자이 오사무(太宰治)의 ‘인간실격(人間失格)’은 1984년, 잡지 ‘덴보’ 6~8월호에 연재되었다. 이 소설은 픽션이지만 주인공 오바 요조가 고백하는 개인사에 작자 다자이의 실제 체험과 유사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자전적 성격이 짙은 소설로 평가되어 왔다. 특히 이 작품의 연재가 시작된 직후인 6월 13일, 다자이는 다마 강 수원지에 투신하여 자살한 사건과 관련하여 일종의 유서와도 같은 소설로 생각되어 왔다. 당시 신문에 연재 중이던 ‘굿바이’가 미완의 유작이 되었고, 그 뒤에 인간실격은 ‘치쿠마쇼보’에서 단행본으로 간행되었다. 인간실격의 ‘머리말’, ‘첫 번째 수기’, ‘두 번째 수기’는 1948년 3월 10일부터 31일까지 아타미 시에서 집필했고, ‘세 번째 수기’의 후반부와 ‘후기’는 4월 29일부터 5월 12일까지 오미야 시의 후지나와 씨 댁에서 집필했다. 완결된 소설로서는 다자이 오사무의 마지막 작품이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처음 접했던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당시에는 입시 따위의 서서히 다가오는 불안보다는 지금 당장 내 눈앞에 닥쳐온 가정에서의 불화가 더 큰 상처고 고민이었을 때이다. 어느 날 어렸을 때부터 찾아가던 동네서점에 갔는데 한 직원의 추천으로 인간실격을 읽게 되었다. 소설은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인간실격’. 어째서 그러한 생각을 했는지, 또 정확히 이때 무엇을 느꼈는지는 설명할 수 없지만 저 짧은 네 글자가 주는 느낌은 굉장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주인공 요조이지만, 그는 어려서부터 인간의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모습을 목격하고 이러한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채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자란다. 그리고 결국엔 다른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이어져 있기 위해 인간에 대한 마지막 구애의 행동으로써 자신을 숨기고 연기하는 일종의 ‘광대 짓’을 시작한다. 평생 그런 식으로 인생을 살아온 요조는 인간관계에 빈번히 실패하기에 이르고, 마약에 중독되어 자살기도까지 한다. 그러고 나서는 본가로부터 절연당하여 혼자서 쓸쓸히 죽음을 기다리는 인간 실격자가 되고 만다. 가질 것은 모두 가졌지만 인간을 믿지 못해 점점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몰락해 가고 결국에는 스스로를 인간실격자라고 묘사하는 이 우울하고 피폐한 이야기가 당시의 나에게는 마음에 들었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힘겨운 상황들이 나로 하여금 요조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항상 남들에게 무엇인가 숨기고 우울한 아우라를 뿜던 나에게 요조는 공감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그 때 당시의 일이고 대학에 오면서 자연스레 상처는 치유되고 요조의 이야기는 나에게서 잊혀갔다.
그러던 내가 요조를 다시 만난 것은 대학수업에서이다. 일찍이 다자이 오사무에게 빠져들어 그의 소설을 닥치는 대로 읽었던 나에게 수업에서 만나는 다자이는 반가운 손님이었다. 인간실격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을 시청하였는데, 영상으로 보는 요조의 이야기는 여전히 우울하고 몇 배로 더 잔혹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그 여운을 그대로 남겨 성인이 되어서 한 번 더 인간실격을 정독하였다. 책을 다 읽고 인상 깊은 구절을 읽고 또 읽어도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아름답다는 것 밖에는 없었다. 왜 항상 나락의 밑바닥까지 떨어지고 망가지면서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아름다움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인간으로서 남고자 하는 그 처절함. 요조는 자신이 부끄러운 생애를 보냈다며, 인간의 삶을 이해할 수 없다며 본인 스스로를 ‘인간실격자’라고 자칭한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요조는 인간의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모습을 이해할 수 없어 인간에게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끼지만 타인과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을 수 없던 그가 결국 선택한 것은 ‘광대 짓’이다. 이것은 그저 타인을 웃기고 그들과 이어지게 만들기 위해 자신을 숨기고 위장하는 일종의 ‘가식’이다. 그렇다. 요조 본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과 지내기 위해 결국 선택한 방법이 그들과 같은 가식이라니, 이것은 그들과 지내기 위해 똑같이 자신도 인간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보통 사람들과의 차이는 요조는 ‘본인과 남들이 가식을 떨고 있다‘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렇기에 요조는 끊임없이 타인의 눈치를 보고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계속 실패하고 불안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그를 몰락의 길로 밀어 넣었고, 인간을 믿기는커녕 본인 또한 결국 인간이라는 자격을 잃었다고 여긴 요조는 그 몰락에서 살아나올 수 없었던 것이다. 이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것은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다자이 오사무 본인의 자전적인 성격을 담은 소설이기도하기에 완전한 허구가 아니라 요조라는 인물에게 다자이 본인을 투영시켜서 분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다자이의 중독 치료를 위해 친구들이 도쿄의 이타바시구에 위치한 무사시노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게 되는데 이 입원 기간 중에 다자의의 첫 부인인 오야마 하쓰요가 불륜을 저지르고 다자이는 이 사실을 퇴원하고 1년 뒤에나 알게된다. 그래서 하쓰요와 동반자살을 하려고 했으나 미수로 끝나고 그녀와 헤어졌다. 이 강제입원과 하쓰요의 불륜 및 자살미수 사건은 다자이에게 상상을 엄청난 충격과 결코 치유되지 않을 마음의 상처를 남겨주게 된다. 친구와 아내에게 느낀 감정들로 인해 그는 불신의 늪에 빠져들게 된다. 이와 비슷하게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요양원인 줄 알고 따라갔다가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리하여 정신병원에 끌려옴과 동시에 누구보다도 인간적으로 발버둥 치던 요조는 죽고 빈껍데기만 남아 인간실격자를 자처하게 된다. 작중에서는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처참하게 묘사하고 있다. 호리키의 그 이상하게 아름다운 미소에 나는 눈물을 흘렸고 판단력도 저항하는 것도 잊은 채 차에 탔고 그리고 이곳에 끌려와 미친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곳을 나가더라도 나의 이마에는 미친 사람, 아니, 폐인이라는 낙인이 찍히겠지요. 인간실격. 이제 나는 완전하게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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