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조구치의 '미(美)'에 영향을 미친 요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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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권효진 | 작성일 | 2019.06.24 | ||
조회수 | 125 | 첨부파일 | 미조구치의 ‘미(美)’에 영향을 미친 요소.docx | ||
미조구치의 ‘미(美)’에 영향을 미친 요소 -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읽고 –
2015102860
권효진 미시마 유키오는
특이한 언동으로 유명한 작가다. 병약했던 시절엔 개인의 내면에 초점을 맞춰 탐미주의적인 문학 작품을
주로 썼으나, 육체 개조를 통해 건강해진 이후로는 극우주의 작가로 활동하며 그 사상을 담은 문학을 썼다. 자신의 가치관을 관철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했으며 그 끝은 할복 자살이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내면의 신념을 타협 없이 지켜 나간 작가이니만큼, 그의 문학도
참 올곧다. 올곧아서 이해하기 힘들 정도이다. 그의 작품
‘금각사’를 교토와 연관 지어 분석했지만, 아직까지도 금각사가 대표하는 ‘미’가
잘 와 닿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을 통해 좀 더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 내부에서 본다면 주인공 미조구치가 생각한 ‘미’와, 그것이 생긴 원인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금각사의 줄거리는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주인공 미조구치가 금각사를 방화하기까지의 과정이다. 이는 실제로 1950년 7월에
벌어진 금각사 방화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당시의 범인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었다”, “사회에 복수를 하고 싶었다”[1]라고
동기를 밝힌 것에 반해, 금각사의 주인공 미조구치는 만약 붙잡혔다면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추측해본다면 “금각의 미를 질투했다” “미의 무게를 줄이고 싶었다” 정도일 것으로, 미조구치에게 ‘금각사=미’라는 인식은 뚜렷하다. 그렇다면 미조구치가 질투한 그 ‘미’는 대체 무엇일까? 대체
왜 방화까지 저지르게 된 걸까? 텍스트 속에서는 미조구치의 생각에 영향을 끼친 요소 네 가지와 함께, 궁극의 미에 대한 생각 또한 찾을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영향을
끼친 것은 아버지이다. 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그에게 ‘금각만큼
아름다운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유년기의
아이에게 있어 아버지의 말은 거의 절대적이다. 아버지가 어린 미조구치에게 금각사를 아름답다고 말했을
때부터 미조구치가 금각사를 찬미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고도 볼 수 있다. 금각사를 보기 전까지 미조구치는
‘아름답다’의 대체어로 ‘금각사같다’라는 말을 쓸 정도였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금각사를 실제로 보았을
때는 ‘미라는 것은 이렇게 아름답지 않은 것일까’ 하고 생각했지만, 그 이후 다시 자신의 내부에서 환상을 통해 금각을 아름다움으로 추앙한다. 결국
금각사는 더욱 확실하게 그의 내면에 자리잡는다. 두 번째로 영향을
준 것은 중학교 선배이다. 선배는 해군 사관 학교의 학생인데, 휴가를
받아 모교에 놀러 온다. 잘생긴 외모에 예의 바르고 긍지가 넘쳐 후배들에게 인기를 끈다. 그는 허리에 단검을 차고 있었는데, 후배들을 상대할 때 잠깐 그것을
풀어 둔다. 미조구치는 그 단검의 칼집 뒤 쪽에 몰래 흉한 칼자국을 새긴다. 이것은 미조구치가 아름다움에 열등감과 질투를 드러내고, 그것을 실제
행위로까지 옮긴 최초의 사건이다. 이후 금각사에 자기 손으로 방화를 저지른 행위는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세 번째로 영향을
미친 것은 우이코이다. 우이코는 숙부 집에서 두 집 건너에 살던 예쁜 소녀였는데, 미조구치는 우이코에게 이성적 관심이 있었다. 우이코가 새벽에 출근하는
길을 알고 숨어서 기다리다가 뛰쳐나왔는데, 말도 건네지 못하고 망설이자 우이코는 그에게 창피를 준다. 그 후 얼마 뒤, 우이코는 해군 탈영병을 숨겨주었다가 휘말려 죽는다. 미조구치는 그것을 보며, ‘우이코가 세상을 배신을 한 것은 나까지
받아들인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추한 말더듬이인 미조구치는
세상과 같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우이코도 세상을 배신하며 세상과 같은 편이 아니게 된 것이다. 우이코는 세상의 편일 때 미조구치를 거절했지만, 세상의 편이 아니었을
때 미조구치를 긍정한 셈이다. 미조구치의 이러한 인식은 금각사와 우이코를 연결 짓는 원인이다. 또한 우이코의 폭력적인 죽음은 성장한 미조구치가 미군과 함께 온 술집 여자,
하숙집 딸, 유곽의 여자와의 관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 네 번째로 영향을
받은 것은 쓰루카와와 가시와기, 미조구치의 친구들이다. 쓰루카와는
미조구치의 의견을 잘 들어주고 그것을 외부의 말로 전달한다. 미조구치는 쓰루카와를 통해 금각사와 더
가까워진다. 이전까지는 환상 속 금각사를 보았다면, 쓰루카와를
통해서는 현실의 금각사를 보며 아름다움을 발견한다.[2]
가시와기는 미조구치와 같은 불구자이지만, 미조구치와 달리 자신의 불구를 인정한다. 또한 ‘세계를 변모시키는 것은 인식이 아니라 행위다’라는 말을 통해 미조구치가 방화를 결심토록 한다. 즉 쓰루카와는 미조구치가
금각사의 아름다움을 다른 방향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했고, 가시와기는 미조구치가 금각사의 방화행위를
하게 하는 촉매로 작용한다. 미조구치에게 금각사는
변하지 않는 궁극의 아름다움이다. 그것은 줄곧 미조구치의 눈 앞에 나타나 그의 추함과 열등감을 상기시킨다. 즉 금각은 그와, 그가 지향하는 인생의 사이를 가로막는 존재로 작용한다. 그러자 미조구치는 금각을 불태워야 한다고 결심한다. 이 과정은 모두
어린 시절부터 쌓인 경험의 축적에서 비롯한다. 아버지는 금각을 ‘미’로 인식하게끔 만들었다. 중학교 선배는 미조구치의 ‘미’에 대한 열등감을 부추겼다. 우이코는
‘미’가 자신의 편이 되려면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생각의
계기가 되었으며, 쓰루카와와 가시와기는 금각사의 ‘미’ 의식의 발전, 그리고 ‘행위’에 대한 인식을 돕는다. ‘금각사’라는 작품은 독특한 미의식을 창조했다. 미의식은 갑자기 태어난 것이 아니라, 작품 속에서 정교한 원인을
통해 명확한 결과로 구체화했다. 이 치밀한 구성이 미시마 유키오가 작가로서 갖는 특별한 점이고 극찬
받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소재로 ‘금각사’를 택한 것에서 이미 그가 일본이란 국가에 매료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결말의 ‘살아야지’는, 미시마 유키오라는 작가가 내면의 미의식에서 외부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작가의 심적 변화에 따라 다시 한 번 이 작품을 분석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1] 한겨레 신문, 숭례문 복원, 50년
걸린 ‘일본 금각사’에서 배우자,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69504.html, 2019.06.22 21:31 접속
[2] 진용진, 『金閣寺』에 나타난 美意識의 흐름 - 주인공과 작중 인물의 관계를 中心으로 -. 동일어문연구, 8, 1993, p154. ⓒ 경희대학교 일본어학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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