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 자이니치(在日)들의 정체성의 혼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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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세영 | 작성일 | 2019.06.25 | ||
조회수 | 459 | 첨부파일 | |||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 자이니치(在日)들의 정체성의 혼란
-김창생의 『세 자매』를 읽고-
김세영 일본어학과 2014105447
현재는 오사카의 이쿠노구로 불리지만 이전에는 ‘산돼지를 기르는 들판’이라는 뜻의 이카이노로 불렸던 이곳은 재일한국인과 재일조선인 즉, 자이니치가 일본 내에서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자이니치는 대한 독립 이전에 일본으로 이주한 조선인들과 그 자손들을 말한다. 그들은 일제강점 하에 히라노 운하 건설을 위한 조선인 강제징용과 제주도와 오사카를 잇는 정기선 기미가요마루의 운항, 제주도 4・3사건 등 혼란스러운 한반도 정세로 인해 이쿠노구로 사람들은 몰려들었다. 특히, 제주도 사람들이 많이 차지한다. 그 이유는 농업과 어업이 주 산업이었던 제주도는 산업환경이 열악했고 인구증가로 실직자가 다수 발생하였으며, 일제의 토지개혁으로 농지를 빼앗기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당시 한반도 내에서 제주도 출신에 대한 멸시가 있었기 때문에 일본으로 도항하는 제주도인들이 많았다.
압도적으로 일본 내에서 많은 수의 자이니치들이 거주하는 곳인 만큼 양석일, 원수일, 김창생 등 자이니치 문학가들도 많이 배출되었다. 이들은 이카이노에 정착한 자이니치 1세와 그 자손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잘 보여준다. 이러한 그들의 문학을 ‘이카이노 문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카이노를 배경으로한 작품 중에서도 손꼽히는 김창생의 『세 자매』는 고향 제주도에 대한 그리움과 한을 안고 일본이라는 이국의 땅에서 돌아가신 부모의 제삿날에 세 자매가 만나서 풀어내는 회상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화선은 아들 넷, 딸 셋의 제주도에서 일본으로 건너와 이카이노에 정착한 가난한 집안 셋째 딸이다. 부모가 모두 죽고 성인이 되어 집을 떠났지만 이 집안 자식들의 형편은 썩 바뀐 것이 없었다. 큰 딸 화덕은 일찍이 과부가 되어 혼자 자식을 키우고 있고, 둘째 딸 화순은 술집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다. 셋째 딸 주인공 화선은 남편과 이혼하고 오사카로 돌아와 찻집에서 일하며 딸 주향을 키우고 있다. 이 세 자매는 부모의 유골을 장남이 제주도로 이장을 하여 흔적을 찾을 수 없지만 이전에 유골을 안치해두었던 조선사를 함께 방문한다. 그리고 각자 부모님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세 자매는 국적문제로 제주도에 갈 수 없어서 제주도의 묘지기 부부에게 감사의 뜻으로 편지와 외환 어음을 보내는데, 얼마 후 묘지기 부부는 외환 어음 때문에 며칠 간이나 조사를 받았다며 수취 거부 의사를 밝힌다. 이후 돈도 보낼 수 없고 갈 수도 없는 현실을 두고 세 자매는 고향을 향한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다시금 되새기며 역에서 헤어지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 속에서는 자이니치 여성들이 겪는 삶의 어려움, 자이니치 1세들의 일본 정착과 살아남기 위한 각오,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자이니치들 사이에서 지켜지고 있는 조선의 풍습 등 자이니치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화선이 겪었던 정체성에 관한 문제를 그녀의 딸 주향이 그대로 겪는 모습을 그리며 자아니치 1세의 자손들의 정체성혼란 문제를 다룬 부분이 인상 깊었다.
밥상을 사이에 두고 주향과 화선은 마주앉아 있었다. “잘 먹겠습니다.” 양손을 모으고 화선이 말했다. 평상시라면 주향도 화선에게 손을 모으고 말했겠지만, 그날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 젓가락을 들려고 하지 않았다. “왜 그래?” 화선이 물어도 대꾸도 하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고집스러운 데가 있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화선이 천천히 캐묻자 숙이고 있던 얼굴을 겨우 들었다. 작은 코가 부풀어 오르고 볼이 빨개져 있었다. “보육원에서는 ‘잘 먹겠습니다’라고 하지 않고 ‘이타다키마스’라고 하는 걸” (중략) 화선은 젓가락을 놓고 주향의 얼굴을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비둘기가 될 수 없었던 까마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무리 입을 오무리고 “구구”하며 울려고 해도 “까악까악”하며 울 수밖에 없고, 온몸에 처바른 밀가루도 비에 젖어서 본래의 검은 모습으로 되돌아와 버린 까마귀 이야기를 해주었다.[1]
비둘기가 될 수 없었던 까마귀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선 또한 어릴 적 ‘조선인의 자식으로는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등 자신의 정체성에 고민했고, 까마귀라는 것에 대한 기쁨보다는 까마귀로 태어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까마귀로 살아야 한다는 체념으로 느꼈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자녀에게도 똑같이 말해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자이니치들의 정체성에 대한 애환이 묻어났다. 자이니치 1세들은 조선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이기 때문에 조선을 진심으로 고향으로 생각하며 고향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곳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그들의 자손은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다. 한번도 밟아본 적 없는 조선이라는 나라의 국민이라고 해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더욱 슬픈 것은 이들이 일본에서도 이방인 취급을 받지만 고향인 조선에서도 이방인의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추성훈은 오사카에서 나고 자란 재일교포 4세로 유도 엘리트였다. 한국의 국적으로 부산시청에 입단해 선수로 활동했다. 그러나 재일교포라는 차별과 무시를 당했고, 당시 용인대 위주의 편파 성향으로 인해 국가대표로 발탁되지 못했다. 조국인 한국에서 조차 차별과 멸시를 받은 그는 일본으로 귀화하고 일본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세계대회 결승에서 한국인을 꺾고 우승을 했다. 당시 한국인들은 조국을 매쳤다며 비난의 목소리도 있었다. 조국이라 믿었던 한국에서조차 내팽겨 쳐진 그의 심정을 그들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전 세계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많은 재외국민들은 특히 그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자신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을 많이 겪는다. 『세 자매』속 화선과 주향의 이야기는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자이니치들이 겪는 정체성 그리고 그것이 해소되지 못하고 대물림 되는 모습을 잘 보여준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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