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이 모토지로가 바라보는 교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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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아현 | 작성일 | 2019.06.25 | ||
조회수 | 239 | 첨부파일 | |||
가지이 모토지로가 바라보는 교토 -『어떤 마음의 풍경』- 2016102881 이아현 교토와 관련된 작품을 찾을 때 자주 언급되는 작품 중의 하나가 바로 가지이 모토지로의 『레몬』이었다. 구글 검색을 하다 작품 속에서 묘사되는 데라마치에 있는 과일가게에서 가지이 모토지로의 『레몬』 입간판을 옆에 세워두고 레몬을 팔고 있는 사진을 보고 일본인들에게 무척 사랑받은 작품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책을 펼쳤었다. 그런데 단편소설이라 부르기도 뭣할 정도로 짧은 분량에 순식간에 읽어버리고 이렇게 짧은 소설이 10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도 화자가 된다는 사실에 가지이 모토지로라는 작가가 새삼 대단히 느껴졌었다. 가지이 모토지로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레몬』 이고 우리나라에서 가지이 모토지로의 작품으로 언급되는 것도 『레몬』 정도이다. 하지만 한국어로 변역된 단편은 그 외에도 존재하며 그 중에서도 작가가 교토를 바라보는 시선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어떤 마음의 풍경』이란 작품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작가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간결한 묘사와 서정적인 문체로 자신의 주변의 풍경을 표현하는 20여편의 작품을 남긴 가지이 모토지로는 어렸을 때부터 병약했다고 한다. 그는 1926년 『어떤 마음의 풍경』을 발표한 뒤 그해 말 이즈의 온천으로 요양을 떠난다. 요양에서 돌아온 그는 창작활동을 이어가지만 1932년 31세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사망하게 된다. 오랜 지병 때문인지 그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권태로움과 퇴폐적인 느낌이 나타난다. 이야기는 주인공 다카시가 창을 통해 잠들어있는 거리를 바라보면서 시작한다. 그가 바라보는 풍경은 음울하고 적막하다. 다카시는 어둠 속에서 협죽도를 본다. 협죽도는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강한 독이 있는 꽃이다. 그것이 그의 시선에 비추는 세상이며 다카시의 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시작할 때 나오는 이러한 우울함이 작품 전체를 뒤덮는다. 다카시는 몸도 마음도 병들어있다. 여자와의 관계에 의한 성병이었다. 물론 작가인 가지이 모토지로의 병은 성병이 아니었지만 병으로 괴로워하는 묘사는 실제로 그가 느꼈던 고통을 그대로 표현한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생생하다. 생활에 박힌 한 개의 가시가 얼마나 자신의 삶을 뒤틀리게 하는가를 생각할 때마다 내면적으로 더렵혀진 자기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중략) 그것은 지금까지 그가 한 번도 의식해서 해 보지 못한 것이었다. 아름다운 것을 본다. 그래서 유쾌해진다. 그런데 문득 마음속에 일종의 볼쾌함을 느끼고 그것을 추적해 가보면서는 나락의 구렁텅이가 몰래 숨어서 자신을 기다리는 듯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의 고통의 원인에는 병이 있다. 쾌락을 좇아 방탕한 생활을 한 끝에 찾아온 병. 그것이 그의 우울함을 가속시킨다. 그의 내면은 썩어가고만 있다. 그러나 그의 마음에 채울 수 없는 고독과 괴로움이 가득한 것은 그것만이 원인이 아니다. 『어떤 마음의 풍경』은 그 제목답게 거리를 나와 돌아다니는 다카시가 바라보는 풍경을 세세히 묘사하고 있다. 방 안의 창으로 바라볼 때와는 달리 그의 눈앞에 바로 있는 풍경은 평화롭고 일상적이다. 가모가와의 강가에 앉은 다카시는 성큼 다가온 가을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여전히 어둡다. 「거리로 나오면 나는 괴롭다.」 그는 이 대사를 두 번에 걸쳐 말한다. 바람에 날라가는 구겨진 신문지, 강아지와 함께 걸어가는 아이들. 그러나 그의 시선이 향하는 것은 커다란 느티나무의 높은 나뭇가지 끝이다. 기류 속에 흔들리는 작은 잎사귀와 함께 휘어지는 푸른 가지다. 다카시가 거리로 나오면 괴로운 이유는 그가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모가와 강변에 앉아 히에이잔을 배경으로 방직공장들이 연기를 내뿜으며 돌아가고 있지만 그것을 보고 있는 다카시는 그저 병들었고 아무런 역할도 없는 인간에 불과했다. 그래도 다카시는 다시 거리로 나온다. 시죠거리는 걷는 그는 술에 취한 사람들을 보면서 건강하던 시절의 자신을 떠올린다. 그러다 번화가에서 벗어난 그에게 친구가 사준 청명한 조선 방울 소리가 들린다. 번잡한 거리에서는 들리지 않았던 방울 소리를 들으며 그는 조금씩 우울감을 떨친다. 거리를 거닐며 처음 그가 창밖으로 보던 길을 떠올리지만 그것은 더 이상 우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카시는 자신이 영원히 지나가는 나그네라고 느낀다. 그 후로 다카시가 보는 풍경은 이전과 달리 한 점의 푸르고 흰 빛이 생긴다. 처음의 어둠만이 있었던 풍경에서 놀라운 변화다. 『어떤 마음의 풍경』은 다카시의 대사로 끝이 난다. 「나의 병든 생명체여. 나는 어둠 속에서 이윽고 꺼져간다. 그러나 너는 잠들지도 않고 혼자 깨어 있구나. 창밖의 벌레들처럼… 푸른 인광을 태우면서….」 다카시의 몸은 병들어 죽는다. 그러나 그의 영혼은 일부 혹은 전부가 그것을 타고 넘어간다. 병든 그는 거리를 거닐면서 물질적 대상, 위치를 원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를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은 그의 관념이었다. 이 작품은 병든 몸에 몸부림치는 남자의 감정과 그런 남자가 바라보는 마음속 풍경을 그리고 있다. 동시에 그가 관찰하는 풍경은 1920년대의 교토와 그 안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섬세히 묘사하고 있다. 가지이 모토지로라는 작가가 가진 괴로움과 그가 바라보았던 교토의 풍경을 같은 시선으로 볼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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